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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 호텔이 각격 후려치면 벌어지는 일 (ft. 라스베가스 호텔)

안녕하세요 공부하는 직장인 직장학생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벌써 9월이야? 이럴 텐데 아직 9월 밖에 안됬네요. 2020년을 딜리트 키나 백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싶으신 분들 많으시죠? 오늘은 호텔의 타깃 마켓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기사들을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특급호텔이 홈쇼핑에서 특가로 방을 판매한다..."

 

이 포스팅은 특정 손님들을 비하하는 목적이 아니라 교과서에 있을 법한 뜬구름 잡는 이론을 실제에서 경험하고 있기에 이를 공유하자는 목적이고, 이해를 위해 사실을 토대로 극적인 예만 들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호텔이나 운영전략에 타겟 마켓이 있죠. 젊은 여성이 메인 타깃일 수도 있고, 출장 다니는 비즈니스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 호텔을 짓기도 전에 호텔의 전략과 상황에 맞게 타깃 마켓을 정하고 고심 끝에 짜인 타깃 마켓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을 하고 호텔을 운영하죠. 물론 작년까지 우리가 살았던 평범한 세상에서는 말입니다. 요즘 SNS에서 핫플로 급부상하고 있는 몬드리안 이태원도 레노베이션 전에 타깃 마켓을 정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호텔측에서 하드웨어를 포함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타깃 마켓이 변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예를 들어 젊은 버젯 고객을 타깃으로 하던 호텔이 단숨에 럭셔리 고객을 타깃 하기는 어렵겠죠? 하드웨어도 그렇고 처음 설립 자체가 럭셔리 손님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럭셔리 손님을 타깃으로 하는 호텔이 타깃 마켓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요, 괘연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아직 코로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라스베가스 호텔들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가 리조트 호텔들은 객실이 5,000개가 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그냥 2박 3일 놀러 오는 고객들로 채울 수 없는 구조인 샘이죠. 컨벤션을 둘러싼 그룹 고객이 방을 채워줘야 많은 객실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죠. 실제로 작년 평균 객실 점유율이 90%가 넘던 호텔들의 오큐펜시는 30%대로 떨어졌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 세계 모든 산업들을 통틀어 가장 회복이 느릴 산업이 MICE 인더스트리일 거예요. 이미 라스베가스 호텔들은 연회부, 세일즈 부서들을 윗대가리들만 놔두고 통으로 날려버린 지 오래죠.

비행 수요도 끊긴 마당에 주말에 2박3일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에서 차 타고 놀러 오는 레저 고객들로 객실을 채울 수가 없으니 5성급 호텔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Welcome back special, 이 번뿐인 기회 등 여러 마케팅 캠페인을 내세우며 2 박하면 3박째 공짜, 하루 69불 등 가격을 후려치며 고객들을 유혹합니다. 손님들은 “아 그래? 이번이 특급 호텔 가볼 수 있는 기횐데?” 하며 하나둘씩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방은 하나둘씩 차게 되죠. 3성급 이나 2성급 호텔들에게 고객을 빼앗어 오는데 성공을 합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시작이 됩니다. 평상시에는 오지 않을 손님... 조금 격하게 말하면 인종을 떠나 (충분히 예상하시겠지만) 호텔에 안어울리는 손님들이 옵니다. 하나라도 공짜로 받으려고 여기저기서 컴플레인을 겁니다. 호텔리어들은 평상시 대하던 컴플레인에 비해 퀄리티도, 양도 달라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이 손님들은 럭셔리한 호텔 방에서 자고, 수영장 시설을 이용합니다. 수영장에서는 칵테일을 시키는 대신 물병에 보드카를 담아 오는 손님들이 많이 적발되고, 심지어는 후카라는 여럿이 하는 물담배를 세팅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달리 개인 스테레오를 가져와 크게 틀다 쫓겨나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평소에 보기 힘든 현상들이죠. 그래도 호텔에 들어오게 했으니 좀 도움은 되겠지...? 경영자들은 기대를 합니다. 기대와 달리 이들은 비싼 호텔 식당들을 이용하는 대신, 길 건너에 있는 맥도널드나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합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행동이죠. 사실 비싼 호텔 식당들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법인카드를 쓰는 그룹 게스트들과 vip 손님들인데 이런 분들이 없고 타깃 마켓 층이 낮아졌으니 호텔 레스토랑은 장사가 되지 않습니다.

즉, 객실은 조금씩 채워지지만 부대 매출이 뒷받쳐 주지를 않는 것이죠. 급기야 호텔들은 주중에 레스토랑을 돌아가면서 열고 아예 닫아 버리는 레스토랑이 하나둘씩 생깁니다. 투숙하지 않는 외부 고객의 수는 적은데 투숙객은 비싼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호텔들의 전략이 잘했다 잘못했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선 뭐라도 해봐야죠, 지금은 비상시이니까요. 다만 경영학에서 이론으로만 보던 타깃 마켓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케이스여서 공유해 보았습니다.